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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튀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7/31 삶은 달걀 (6)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걀을 삶아 봤다.

뭐 주변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이 녀석은 달걀을 보는 것도 싫어하던 놈이었다.
그래서 냉면 먹을 때 달걀을 건저다가 옆 사람 주기 일수 였다.

그러던 녀석이 달걀을 두 개나 삶아 야금야금 먹고 있다.
물론 신 메뉴 안에 들어 간 거라 달걀만 먹은 건 아니지만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끼는지 자랑스럽게 블로깅 까지 하고 있다.

달걀을 싫어 하게 된 건 초등 학생 때의 일이라,
지금 까지는 어쩌면 싫어하지 않는 음식인데 트라우마 때문에 못 먹었던 것 같다.
일본에 와서도 한 동안은 달걀은 근처에도 안 가다가 우연히 먹게 된 달걀이 '맛있다'고 느꼈다.
그게 아마 스크럼블 이었을 거다.
워낙에 음식 솜씨 좋은 호텔 레스토랑 직원들 덕분에 달걀싫어병을 고칠 수 있었다.

자취를 해도 대충 때워 먹고 사는 스타일이라 뭔가 해먹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일본 와서 인간이 조금 개방적이게 됐달까?
뭐든 시도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 잡힌 채 살고 있다.
안 해 본 게 있음 다 해봐야 하고,
못 먹어 본 게 있으면 혼자서라도 규동집에 들어 가서 규동을 먹고 오는 철면피가 됐다.
모르는 동네에 가면 대범해 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식성 뿐만이 아니라, 옷 입는 것 까지 변했다.
한국이었으면 팔뚝과 코다의 이중 콤보 컴플렉스 때문에 절대 안 입던 나시와 핫팬츠를 누가 욕을 하던 침을 뱉던 당당하게 입고 다니는 것 부터,
스타일 정말 구려도 그냥 옷은 사시사철 몸에 두르기만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입고 신주쿠 시내를 방황하기도 한다.

무엇이 어떻게 날 이렇게 변하게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다.
옷 입는 거나 여기 저기 들 쑤시고 다니는 건 혼자 살면서 강해졌구나 라고 느꼈지만 진짜 이 식성이 바뀔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달걀 뿐만 아니라 우유도 저주할 정도로 싫어하던 음식인데 요샌 그냥 있으면 먹는 음료수가 되었고,
밥 먹을 때 항상 달걀로 뭔가 만들어 먹곤 한다.

그런데 삶은 달걀은 오늘 처음 시도해 본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래도 트라우마가 약간은 남아 있는 터라,
달걀 모양이 고대로 살아 있는 삶은 달걀을 내가 먹을까? 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근데 내가 삶은 달걀을 먹게 된 이유…
아주 간단했다.

1. 밥을 했는데 밥이 너무 질게 됐다.
이게 죽인지 밥인지…
2. 밥의 형상을 흐트려트린 무언가를 만들기로 한다.
3. 마술 가루와 고추장이 보인다.
4. 떡볶이…아니 떡볶이 소스의 밥볶기를 만들기로 한다.
5. 떡볶이의 필수 메뉴 오뎅과 삶은 달걀을 넣기로 했으나 오뎅은 없어서 패쓰.
6. 달걀을 삶아 밥볶기에 넣어 떡볶이의 추억을 회상한다.


사실 떡볶이도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혼자 머뭇 거렸지만,
그냥 예전에 엄마가 설명해 준 게 기억이 나서 혼자 슥슥 만들어 봤다.
아니 이건!
어머니의 떡볶이 바로 그 맛이잖아!
(대전의 바로 그집 보다 대구의 신천 떡볶이 보다 맛나다는 우리 어머니의 그 맛!!)

혼자 너무 맛있어서 울면서 먹었다.
한국 가면 언니 한테 자랑해야지. ㅜㅜ

진짜 일본에 단 1년 있는데 변하기도 엄청 변했고,
새로 생긴 기술도 엄청 많은 것 같다.
부엌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던 놈이 빵만든다고 설치고,
요리 한다고 설치고…

아주 간단한 요리들 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하게 된 자신이 신기할 따름이다.

역시 이 나라 오길 잘 했어. ㅎㅅㅎ

일본이라는 나라가 내게 가르쳐 준 수 많은 삶의 추억들…
사실 돌아가면 이 많은 것들이 다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라는 두려움에 사로 잡히기도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가 주기만 한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건 내 능력 안에 있으니까.

움추린 어깨를 펼 수 있게 만들어 준 나라…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 나가는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두근거림'이란 걸 가르쳐 준 나라.
절망 뿐이던 어두운 방 안에서 밝은 빛이 있는 세계로 나아가게 해 준 나라.

사랑할 순 없지만, 고마운 나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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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튀김의 갑툭튀

삶은 달걀로 시작해서 일본한테 고마워 하다가 끝은 뜬금없이 고구마 튀김.
뭐지 이 블로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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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el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