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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0 워킹은 삽질을 타고. (2)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이 곳, 일본.
나는 삽질을 안 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 왔으며,
한 번에 끝낼 일 두 번 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았고,
잠시 이별했던 삽질의 신은 나를 향해 미소 지어 주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은 출국 전날인 어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무무 춥다는 소식을 접한 나는 전기장판을 구입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었고,
전기장판은 그리 쉬이 구해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삽질의 삽질 끝에 바로 전날 좀 비싸게 구입하고 말았다.
인터넷에 그 싼 전기장판이 깔려 있는데 이게 뭔 짓인가 싶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열심히 싼 짐을 끌어안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인천공항은 내가 가본 공항 중(부산/대구/김포/하네다) 가장 넓었고, 매우 깨끗했다.

언니가 '저 끝까지 가볼래?'라고 했지만 그냥 가까운데로 들어간다면서 쫑쫑쫑 가까운 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후회했다.
내가 나가야 할 게이트는 50번인데 여긴 20번 대다.-_-;
걸어가는데 죽는 줄 알았다.
무빙 워크가 있었지만 그걸로 만족할 거리도 아니고 듀랑이는 너무 무거웠다.
나름 일찍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뭐 늦진 않았지만(뱅기가 좀 늦게 떴다.) 55분까지 뱅기 타라고 써 있는데 시계는 50분이 넘었지, 가도가도 50번 게이트는 안 보이지…
아놔, 게이트 찾는 것 부터 삽질로 시작했다;ㅂ;

엄마와 언니랑 함께 커피도 마시고 이바구를 떨다가 시간이 돼서 출국심사 하러 나갔다.
나는 마지막 까지 긴장 이라는 이름으로 괜히 가족한테 짜증을 부려버렸다.
짜증 부리면서도 평생 후회할 짓이란 걸 느꼈으면서도 멈추지 않고 궁시렁 대버렸다.
근데, 멀지도 않게 비행기 이륙할 때 바로 그 생각만 계속 나서 울 뻔했다.
지금도 아까 생각하니까 또 울컥 한다.
도대체 왜 생각 없이 감정부터 앞세우는 건지 모르겠다. 나란 인간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행기가 이륙하고 울컥하는 감정을 잡아 준 것은 ‘아, 그거 안 챙겼네….’로 시작했다.
이것저것 가져오려 했던 것을 많이 빼놓고 왔다.
뭐 없어도 상관없긴 한데, 있으면 편리하고 좋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비행기 격납고가 장난감 같이 보이고, 공항이 미니어처로 보일 즈음 기내식이 나왔다.
냄새만 엄청 좋은데 맛은 그냥 그랬다.
그리고 뭐, 커피도 한 잔 하고, 콜라 마시면서 소화시키고, 직접 짠 것 같이 맛있는 오렌지 주스도 들이키고…
그러다가 2006년의 트라우마가 떠올라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한참을 날아가면서 내가 갈 곳에 대해서 체크하다가, 창 밖에 구름 그림자가 바다에 비치는 광경에 감탄하다가, 가자마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다보니 다시 이뇨작용이 시작되었고 그 땐 이미 착륙 중이었다. 아놔….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하고 생각하면서 그냥 천천히 착륙하기만을 기다렸다.



오는 내내 기류가 불안정해서 계속 좌석 벨트 매고 있으라고 해서 묶어 놓고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목적지인 아오모리에서 눈이 조금 내리고 있다는 소식에 조금 불안불안 했지만
내가 아오모리에 도착했을 땐 화창한 겨울날이었다.
아오모리에 다가오면서 점점 마을이 보이고, 밭이 보이고.
도시가 보이고 산들이 보이더니 어느새 커다란 나무들 위를 날아 아오모리 공항에 착륙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광경 중 눈이 이렇게나 많이 쌓인 풍경은 처음 봐서 계속 디지털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오늘은 정말 운 좋게 좋은 광경을 많이 보게 된 날이었다.

기분 좋게 혹은 이뇨작용으로 힘들게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 수속보다 화장실을 먼저 다녀왔다.
그냥 일찍 나갈까 싶기도 했지만, 그냥 다녀오는 게 왜인지 나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그 귀신같은 감으로 엄청난 삽질 하나를 막은 것이다.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도 별로 없었거니와 화장실에 들른 사람은 나 밖에 없어서 들어갔나 나왔더니 거의 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난 제일 뒷줄에 서서 빨리 되길 기다리고 있었지.
아… 나 일본 3번 째 오면서 입국 수속이 이렇게 오래 걸린 건 처음이었다.
날 수속 시켜주던 직원 할아버지가 체류예정일 2009년 2월 10일을 보시더니 며칠 있다 갈 거냐고 묻는 것이다.
거기 써있잖아요. 1년-_-;
그래서 ‘1년이요’라고 대답했더니 멍~한 표정을 하시길래,
‘워킹홀리데이로 왔어요.’했더니 비자를 못 보셨다면서 여권을 다시 보시더라.
그러더니 체류예정일을 수정하란다.
뭘 수정하라는 건지….
가만 보시더니 2008년으로 쓴 줄 알았다면서 미안하다고 도로 가져가신다.
하핫.
그리고.
나는 이미 그 때부터 입국수속자의 마지막 1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입국 수속이 끝이 나질 않는 것이다.
계속 삑삑 하시더니 안 되고, 사람들이 막 와서 도와줘도 안 되고.
아놔 내가 삽질하니까 수속해주는 분도 삽질을 하는 구나 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_-;
내가 여권 커버를 안 벗기고 줘서 그런 거였다.
커버를 벗기니까 바로 되더라.
그리고 내 눈 앞에 한글로 적혀있었다.
‘여권 커버를 벗겨서 제출하세요’
*-_-*아힝.
삽질의 시초는 나한테 있었다.

짐 검문하고 있는데,
내가 하도 안 나오니까 밖에서 마중 나오신 분이 걱정됐는지
직원을 보내서 ‘곽상 오셨냐’고 하더라.-_ㅜ
네, 저 왔어유T_T
사실 아오모리라는 공항에 워킹홀리데이로 외국인들이 별로 안 오다 보니까 오래 걸린 것도 있었던 것 같고,
검문하던 직원도 마지막 손님이라 그런 건지 어디 워킹으로 왔냐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나가자마자 픽업 담당자가 날 부르더라.
늦어서 죄송합니다. ;ㅂ;
첫 날부터 지각이었다. 하하
사실 내리자마자 휴대전화기를 켰어야 했다.
그게 현명한 짓이었고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난 공항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한 나머지 아무생각 없이 휴대전화기가 들어있는 짐을 짐칸에 넣고 차에 올라타고 말았다.
이런 젠장.
이것이 나의 현명하지 못 한 대처법이었다.
산장에 도착하면 전화해야지 라는 생각은 참 좋았다.
공항 도착했다고 전화하는 건 좀 웃기단 생각도 들고 정신도 없어서 제대로 통화도 못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안이한 생각은 모든 나라가 대한민국만큼 휴대전화가 발달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거다.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보다 훨씬 휴대전화기 문화가 발달 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연히 시골 촌구석에 빠져도 잘 연결 될 거라 생각했다.
아니 당연한 거 아냐!!!!!
하지만 도착하고 짐정리 하다 말고 켠 마리는 먹통이다.
한국에서 언제 이 ‘권외’마크 떼나 싶었는데,
일본에 와도 ‘권외’란다.
하하. 나 참-_-;
일본 전화기가 왜 일본에서 권외냐고!!!!!!!!!!!!!!!!!!!!!!!!!
이 휴대전화기만 믿고 일본에서 전화하는 법은 안 배워왔단 말이다!!!
랄까 제대로 배워 왔는데 그게 잘 안 됐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00700처럼 익숙한 해외 번호로 사모님이 걸어주셔서 겨우 통화를 해냈다.
전화 걸기를 시도한지 4시간만의 쾌거였다.
말 그대로 뎅댱이다.

공항에서 산장 까지는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차 안에서 한국인들이랑 대화하고 있으니까 어젯밤에 내가 정말 그리워 할 것 같은 ‘모국어에 대한 향수는’ 시작부터 무너져 내렸다.
한 분은 그 쪽 여행사 직원으로 나를 픽업해주시는 분이고,
다른 한 분은 나랑 같이 픽업 당하신 특파원이라고 불리 우는 남자 분 이었다.
가면 한국인 특파원 한 분이 더 계신다고 하더라.
특파원이 뭔 진 잘 모르겠는데 한국 보드 연맹인지 동호회인지에서 파견되는 것인 것 같았다.
여하튼 오자마자 한국인이 둘이나 있다는 것이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그냥 그렇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 산장으로 가는데 강원도 살 때의 기분이랑 비슷했다.
시작은….

산장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눈이 점점 높아지더니 나중엔 버스보다 약간 적은 정도로 쌓여있었다.
그리고 산장에 도착했다.
눈이 엄청 쌓여있어서 미끄덩 하기도 했는데 생각만큼 미끄럽진 않았다.
숙소에 들어와보니.
참 따뜻했다.
전기장판이 필요없을 것 같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젠장!!!!!!!!!!!!!!!!!!!!!!!!!!!!!!!!!!!!!!!!
그리고 한창 정리하다 보니, 옷을 너무 안 가져왔다.
전기장판 넣는다고 줄이고 줄이다보니 옷 같은 게 거의 없었다.
=ㅂ=;
젠장!!!!!!!!!!!!!!!!!!!!!!!!!!!!!!!!!!!!!!!!
전기장판 챙길 자리에 옷을 넣겠다!!!
아이고배야!!!
그래도 뭐 춥지 않으니 안심이다.
너무 바쁜 시즌에 와서 그런지 인터넷도 빨리 연결이 안 되고…
좀 갑갑하다.
외국인 등록부터 하고 일 시작해야 할텐데 그건 또 언제 하러 나가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당장 내일부터 일은 하라 그러고=ㅂ=;
은행 계좌도 빨리 개설해야 좀 안심이 될 텐데.
끄끄끄

신경 쓰이는 일들 빨리 처리하고 싶다!!! 빠알리이!!!
인터넷 연결 할 때 까지 못 올릴 글.
현재 시각 6시 24분.

하늘에서 찍은 사진


P:S 직접 체험했다. 승무원들 탑승자들한테 '승객'이라고 안 하고 '고객'이라고 한다.
(대한한공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작년에 고객이라고 번역했다가 쌤 한테 '고객이라는 호칭 쓰는 데서 알바했었어요?'라는 질문과 함께 비행기 승무원이니까 승객이라고 고치게 된 기억이 있는데 왠지 억울했다.(소심한 놈.)
그러고 보면 승객이라는 표현은 기차나 버스, 지하철 에서만 들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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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el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