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아줌마,
각종 아침 장사꾼들…
그리고 전단지 배포 알바들로 가득하다.
학원에서 나오면 바로 지하철 역이 있다.
지하철 5정거장 하고 버스로 두세 정거장이면 우리집이다.
물론 직선이라서 그냥 버스 타도 한 번만 갈아타면 집앞까지 가는 차야 많다.
아침 햇살은 뜨겁지도 따갑니도 날 괴롭히지 않는 녀석이고,
빌딩 숲의 그늘은 시원한지라 걷기로 했다.
사실 내가 집까지 걷는 건 좀 무리다.
땀 흘리는 걸 싫어하는 터라 분명 땀이 삐질삐질 귀찮아 진다 싶으면 버스를 탈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 출근 시간대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니 넓은 대로를 걷겠다고 생각했다.
테헤란로는 다 좋은데 중간에 횡단보도가 없는 곳이 있다.
역삼역에서 한 번 선릉 쪽에서 한 번 삼성 가는 길목에 한 번 3번의 코스를 지나야 하는 것이 참 귀찮다.
난 단지 멍하니 걷고 싶은 것 뿐인데,
그 코스를 지날 때 마다 망상이 끊겨서 재미가 없어진다.
무엇보다도 지하도를 내려가는 것 보다 더한 난코스는 탄천이다.
빌딩도 가로수도 없어 햇빛을 그대로 받으면서 건너기는 귀찮다.
그래서 항상 탄천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 일수다.
딱 그 정도 가면 지치기도 한다.
거기 까지 걸어가면 50분 정도 걸린다.
오늘은 지하철 타야지 생각하면서도 지하철 내려가는 것이 무지무지 귀찮았었다.
지하철로 가는 길에 전단지 배포 알바가 무언가를 쥐어줬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네모진 상자에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가벼웠다.
이게 뭐지 하고 아래에 적힌 품명을 보니 집모양 저금통이었다.
색칠만 더 잘 칠하면 굉장히 귀여운 저금통이 될 것 같았다.
집 모양 저금통…
상상하지 않아도 바로 떠오른다.
부동산에서 나눠주는 물건이다.
아이디어 좋다며 이리저리 훑어봤다.
그걸 보면 걷다 보니 지하철을 지나 버스 정류장 쯤 걸어갔다.
버스정류장에서 집에 가는 버스가 왔다.
사람이 한 가득.
타기 싫었다.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빌딩숲 공기나 마시자며 또 슬슬 걷기 시작했다.
부동산 집저금통 배포는 역삼까지 이어졌다.
계속 하나 더 권하는 걸 귀찮아서 안 받았다.
저금통 많아서 무엇하리….
슬금슬금 걷다 보니 땀이 살짝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바람이 시원해서 걸을만 했다.
걷다 두어번 보도블럭에 제 혼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하고,
바쁜 회사원들과 어깨를 겨루기도 했다.
3번의 코스를 통과하고 삼성역 정도 왔을 때,
왠지 그 대로를 건너는 횡단보다가 마음에 안 들었다.
햇빛이 작렬하는데 저기 서서 신호 기다릴 생각하니 그냥 지하도를 걷겠다 싶어 삼성역으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많았다.
1번 출구로 기어 나와 정류장으로 갔다.
아주 잠깐 그냥 걸어갈까 생각했지만 작렬하는 태양의 자외선을 한껏 반사하고 있는 삼성교가 마치 '그냥 버스를 타시오'라고 하는 듯 하여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렇게 자외선에게 패배한 빌딩숲 산책은 끝났다.
안 그래도 햇빛 있을 땐 밖에 나가기 싫어해서 비타민D도 많이 부족할텐데 아침마다 걷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새로 생긴 던킨도넛츠에 가서 도넛츠를 몇개 구입했다.
개업했으면서 경품 같은 것도 안준다고 어머니께서 한 말씀 하신다.
그러게…
요새 던킨 우후죽순 처럼 생겨나던데 치사하다 싶었다.
공짜 좋아하면 머리 벗겨지는데 큰일이네…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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