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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더운데 가족구성원 중 한 명이 춥다고 에어컨을 못 켜게 해서 잠을 좀 설쳤다.

6월 초 부터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안 간 르누아르전 생각이 났다.
대학교 방학 전에 가야지 하다가 어느새 모든 대학은 방학이 시작했고,
슬슬 저글링(학교 숙제로 온 학생들이 그림은 안 보고 열심히 제목만 적는 모냥을 일컬음)들이 몰려올 7월.
위기감이 느껴져 아침에 눈을 뜨면 당장 나가야지 생각했다.

아침 7시 기상.
쏴아아아아아아아 (비가 쏟아지는 소리)
우르르르르르르릉 (벼락 소리)
쿠카카카카카카캉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
번쩍번쩍번쩍번쩍 (번개가 번쩍 하는 모냥)
쩌어어어어어어억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



에라이!!
그냥 말기로 했다.
가족 구성원들 하나 둘 일터로 향하고 또 멍하니 취업 싸이트를 돌아다니 던 중.
모니터를 보며 의미없이 딸깍 거리던 마우스를 잡은 오른 손에 태양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아니 이건!!!!
태양이 아닌가!
나는 당장 일어나서 화장을 하고 곱게 차려 입고 시청을 향할 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 '혹시 함께 가실래요?'하고 물었더니 같이 가자신다.
사실 안 가실줄 알았는데…
엄마랑 함께 추억이 있는 그림이 왔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가신다고 했다.

르누아르는 초등학생 때 가장 좋아했던 화가였다.
집에 명화집이 있었는데 누가 사다준 것도 사온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겟 한 물건이었다.
정말 멀쩡한 책인데 예쁜 그림들도 잔뜩 있고 해서 우리집에서 서식하게 되었다.
그 책은 고전 이전부터 근대 직전까지의 서양 미술품이 실려있었다.
그 중 나는 르누아르의 그림을 가장 좋아했었다.
그 때는 이 사람이 인상파 화가인지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고 그냥 행복한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좋았다.
그 중 '피아노 치는 여인들'이라는 그림을 가장 좋아했었다.
매일 펼쳐서 보곤 했는데…
어머니도 그 그림을 기억하시곤 함께 가시게 된 거다.

화창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에 우산을 챙겨들고 나섰다.
어머니는 화창해졌다며 빨래를 옥상에 너시고 함께 나섰다.
햇빛에 타지 말라고 피부에 선크림을 듬뿍 바른체…

날씨가 기분이 좋아서 역 까지 흐물흐물 걸어갔다.
7월의 날씨가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였는데!!!!
그런데!!!!!!!!!!!!!!!!!!

강변역을 지나면서 부터 갑자기 폭우가!!!!!;ㅂ;
아침 부터 세탁기에 돌아간 빨래들에게 명복을…▶◀
시청역에 도착해서도 비는 어지간히 쏟아지고 있었다.
우산은 하나밖에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다가 엄마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비가 좀 덜 올 때 까지 상가 구경이나 하자신다.
우리 엄만 천재다.
그렇게 옷 구경 하고 와플 사먹고 하다가 왠지 지하로 내려오는 사람들의 우산에 빗물이 좀 적어 보이길래 올라갔다.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지만 걸어 올라갈 만 했다.

전시관에 들어섰을 땐, 그래도 비가 온 덕분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런 대작가의 기획전이면 언제나 줄을 빙글빙글 서서 들어가는데 티켓만 사고 바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기분 좋게 들어갔더니 저글링들이 열심히 적느라 볼 수가 없었다.
뭐 작품은 아니었고 초반부에는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냥 대충 보고 연혁 앞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언제나 그랬듯이 뛰어 넘고 작품부터 보러 갔다.
조금 극적인 전개를 위해 뒤에 있을 줄 알았던 피아노 치는 여인들이 초반부터 나왔다.
;ㅂ;
이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것도 한국에서;ㅂ;
시립미술관은 언제나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얼마 안 되게 제대로 된 기획전을 하는 곳일지도…
(아니, 구라낚시 광고를 안 하는 유일한 미술관이려나…)

엄마랑 같이 쭈욱 둘러 보는데 사람에 치이지 않아서 편했다.
초반엔 저글링님들과 왠 아줌마가 매너없게 사람 앞에 서서 뒷통수 구경을 3연타 시켜주는 바람에 화낼 뻔 했지만…
↑승질 내기 직전에 알아서 가더라. 뒷통수가 뜨거웠나!

유명한 작품들도 많았고, 오르세 미술관 등등 프랑스 곳곳과 세계 여러 나라 미술관에 소장된 그림들이 출장을 온 것을 보고 감탄했지만 특히 개인소장품이 많이 와서 고마운 전시회였다.
ㅠ▽ㅠ그냥 쳐 울 뿐…

쭈우욱 돌고 감동에 쳐 울면서 전시회장을 나와 엽서 두 장을 샀다.
하나는 내꺼 하나는 자랑질용….

재밌게 봤는데 나오니까 엄청 피로가 몰려왔다.
다리도 아프고 해서 외식을 먼저 권한 어머니께 그냥 집에 가자고 권했다.
전시회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다리가 끊어지게 아픈 건 처음이었다.
이렇게 즈질 체력이 되었던가 싶어서 또 다시 운동에 대한 필요성이 가슴에 와 닿았다.
며칠 전 진주 사는 사촌동생이 '진주로 용양 오라'며 날 할마시 취급한 기억이 새록 새록…

하지만 동네역이 도착하니 왠지 집에 다 온 기분에 장까지 보고 돌아왔다는 전설적인 오늘의 이야기. 헤헷.

휴우…
돌아오는 길에 서태지 8집 사올라 그랬는데 깜빡했다.
깜빡했던 걸까 다리 아파서 안 간 걸까…
그냥 인터넷으로 사야지.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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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el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