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게스트하우스 뒷 수습을 마치고 마다하 씨와 인사를 하고 게스트하우스에 보이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집을 떠났다.
왠지 떠난다는 기분이 아닌 잠시 여행을 가는 이 기분은…
뭘까?
컴백하라는 신의 텔레파시인가?
마지막 짐을 질질 끌고 신주쿠 역 코인록커에 넣어 둔 뒤 하네다로 향했다.
하네다에서 만난 우리 정팔이 씨는 감기에 걸려 있었다.
'언뉘!'
반갑게 맞이 하는 저 여인네가
내가 사랑하는 사촌 동생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외계인인지…
분간 할 수 없는 목소리…
동생과 외계인의 목소리~
(요새 개늑시를 재탕했더니 또 시작이군)
여하튼 동생과 에비스에 가서 이것 저것 지르고 놀고 세숫대야에 라면이 나오는 카즈키(에비스에 가면 먹고 오세요. 가격은 800엔 이상 이었던 듯)에서 라면을 원샷 한 뒤 신주쿠로 돌아왔다.
신주쿠에서 괜히 기웃기웃 방황하면서 신비의 인형뽑기도 구경하고…
(그냥 들어 가 본 것이 훗날 큰일을 벌이게 될 지 아무도 몰랐다.)
짐을 다 챙기고 신오쿠보 숙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17박 18일 일본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 날.
한 달 전에 정한 계획 대로 오늘은 디즈니 씨에 가는 날.
아…
그런데 이건 무슨 하늘의 장난도 아니고…
비나 눈이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
무려 강수확률 80%…
(일본 기상청은 정말 잘 들어 맞는다. 젠장←좋은건데 싫은 순간)
조금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계획대로 안 하면 완전 틀어질 것 같은 예감에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첫 민박집은 아침밥을 제공하는 민박집이라 아침밥 값은 굳힐 수 있었다.
맛있는 한국 음식에 감동하며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 한 것 없이 싹싹 문대 먹은 뒤 디즈니 씨로 향했다.
(날이 갈 수록 아줌마가 퍼주는 밥의 양이 많아졌다는 전설)
점점 흐려지는 날씨…
마이하마에 도착했을 땐 이미 비가 내리기 시작한 뒤였다.
모노레일을 타고 디즈니 씨로 향했다.
디즈니 디자인의 모노레일은 남들 여행후기에서 많이도 봤지만 여전히 귀여워서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그치만 내가 디카로 찍지 않은 이유는 열심히 충전해놓고 전지는 민박집에 두고온 이유였다.
디즈니씨엔 이미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냥 안 사기로 했다.
도쿄→오사카→교토→유후인→후쿠오카
이 일정을 소화하기에 짐은 안 늘릴 수록 좋았다.
우리는 비에 젖은 새앙쥐 꼴로 미키마우스 친구가 되었고,
비 덕분에 엄청나게 한산한 디즈니 씨를 구경할 수 있었다.
게다가 줄은 거의 선 기억도 없이 모든 어트랙션을 섭렵하였고,
남들 하루만에 못 본다는 거 느지막히 가서 시간을 남기고 돌아왔다.
언니가 의뢰한 미니마우스 손을 구입하고 나도 뭔가 살까 고민하다가 고민만 두고 나왔다.
왠지 디즈니는 디즈니랜드 내에 있을 땐 정말 가지고 싶지만 거길 나오는 순간 다 안 예뻐 보일 것 같았다.
정팔이는 오빠 선물이랑 귀마개 등등을 구입했으나,
왠지 난 다른데 가면 더 귀여운 물품이 있을 것 같아 말았다.
특히나 난 디즈니 보다는 san-x노예인지라-_-;
(고딩 때 부터 코게빵과 타레판다에 이어 현재 리락쿠마의 노예)
리락쿠마 모양 무언가가 있음 사기로 했다.
정팔이는 미끌거리는 솜탱이 부츠에 이리미끌 저리미끌 하고…
난 비에 젖어 그저 레이니즘을 부르짖을 뿐이었다.
사진도 많이 찍고 놀기도 많이 놀았지만 기억 속엔 비 밖에 없는 디즈니 씨의 기억.
확실히 비올 때 가면 사람이 없어서 좋다.
하지만 기억속엔 최악으로 남을 수도 있으니 비오는 날 놀이공원 가야 한다는 이론은 깨주길 기도한다.
돌아오는 길은 돈이 아까워서 모노레일 대신 걷기로 했다.
이 날 비가 가장 많이 온 시간은 우리가 디즈니 씨에서 마이하마 까지 걸어가던 시간이었다.
사실 얼마 안 되는 거리인데 정말 멀게 느껴졌다.
싸늘해진 발은 동상걸리기 일보 직전이었고,
정팔인 미끌거리는 솜 부츠 덕분에 발도 얼고 몸도 얼고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그렇게 개고생을 하고 온 숙소에서 우린 편의점 도시락과 맥주를 따 건배를 외쳤다.
그리고 정말 죽은 듯이 잠이 들었던 듯 하다.
야곰야곰… 야곰야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