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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하고 왔다.
일본 왔을 때의 목표.
언어 연수도 아니요, 일도 아니었다.
단지 내 20대 가장 중간에서 최고로 별짓을 다 해보고 싶었다.
남들 다 해보는 뻔한 건 안 하되 궁금한 건 다 파해쳐 보기.

그 중 너무 당연하게 안 될 거라 생각해 버렸던 헌혈…
돌아가기 두 달 전에 쪽쪽 뽑고 왔다.

- 아침은 드셨구요?
- 네.(자신있게 대답 하고 속으론 식빵 두 조각을 외친다.)

- 잠은 충분히 주무셨구요? 몇시간 주무셨어요?
- 6시간 넘게요.(라고 말하며 속으론 3시간을 외친다. 그것도 선잠)

짜잔.
요고이 일본 헌혈증.

우리 나라 파란색인데 뻘 건 것이 교회 같다.
아까 200이랑 400 뽑는 게 있는데 어떤거 하실 거냐고 묻길래.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걍 400뽑자 그랬더니 전에 얼마 뽑았냐고 묻더라.
한국에선 그런 거 안 물어 봤던 것 같은데…
전에 헌혈증에 써 있을 거라길래 꺼냈더니 갑자기 직원들이 '오 이게 한국 헌혈카드래! 첨봐요!'이러고 몰려든다.
훗…나도 여기선 레어란 말이지.
내가 이 뻘건 헌혈카드를 신기해 하듯,
그 사람들도 저 파란 헌혈카드가 신기한 거겠다 싶어 재미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헌혈증엔 얼마를 뽑았는지 안 써있다.
아마도 규격인가 보다.

그리고 요고이 일본 헌혈카드 뒷면.
이름도 써 있고, 언제 다시 헌혈 할 수 있는지 날짜도 적어 줬다.
내가 간 헌혈의 집은 신주쿠 헌혈의 집이었다.
항상 키노쿠니야 서점 옆에서 헌혈하라고 소리치던 아저씨 들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건물 6층에 위치한 헌혈의 집은 참 깔끔하니 예뻤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혈 할 때 처럼 뭐 외국 다녀 왔냐느니 애 낳은 지 얼마나 됐냐느니, 약 뭐 먹은 적 있냐느니 뭐 그런 질문을 체크하는데 그게 다 컴퓨터로 이뤄진다.
신기했다.
화면 꾸짓꾸짓 눌러서 종이 넣으니 알아서 체크 되어 나오더라.

그리고 의사쌤이랑 밀폐된 공간에서 담소를 나눈 뒤(-_-:)
혈액 검사를 하러 간다.
혈액 검사를 마치고 준비가 끝날 때 까지 음료수를 마시고 쉰다.

사실 혈액 검사 때, 피곤해서 불가 판정 날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모두 양호합니다'라는 호사 언니.
후훗.
'너흰 모두 속고 있어.'

혼자 닐리리야 코코아 마시고 놀다가 부르길래 가서 헌혈을 했다.
각 헌혈 의자인지 침대인지 마다 텔레비전이 놓여 있어서 고걸 멍하니 보고 있으면 알아서 헌혈이 끝난다.
어째 한국에서도 엄청 빨리 끝났는데 여기서도 초 스피드 하게 끝났다.
근데 피곤해서 그랬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지하게 저혈압이란 소리를 들었다.
헌혈 끝나고 혈압 쟀더니 너무 저혈압이라 호사 언니가 놀래서 다시 쟀는데 또 똑같이 나오고…
저혈압엔 뭐 먹으면 좋남?

마침 TV에 마오의 트리플 악셀이 어쩌고 특집이 하고 있어서 잼나게 보고 있었는데.
저혈압이고 아사다 마오고 다 잊고 먹으러 갔다.

이제 음료를 마시고 신나게 놀 시간이 왔다.
일본 헌혈이 신기해서 이것 저것 사진을 찍고…
요거이 바코드.
헌혈 끝나면 바로 뜯어 간다.
연예인 콘서트 마냥 팔목에 감아 준다.

나는야 O형 어딜 가든 사랑 받는 RH+OO형~
어예~

요고이 음료수 자판기 종이컵.
음료 종류가 정말 많은데 저 많은 게 다 공짜라니 신나서 마셔댔다.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 처럼 이온 음료는 없다.

내가 마신 건, 레몬소다, 코코아, 밀크티, 커피, 딸기라떼…
그 외에도 꽤 끌리는 아이들이 좀 보였는데…
담엔 친구랑 같이 와야지 싶었는데 이제 내게 기회는 없다.
호호호
젠장.

먹을 걸로는 핫도그랑 푸딩,
각종 쿠키들과 미스터 도넛3종세트,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있다.
정말 어지간히 먹고 속이 매슥 거릴 때 까지 놀다가 나왔다.

만화책과 잡지들도 많이 구비 되어 있어서 앉아서 이것 저것 보다가,
오늘 무료 이벤트로 안마 해주는 게 있길래 '나도 해주셈'하고 이름 써다가 안마를 받았다.
아주 시원했는데…
알바 하고 왔더니 도로 피로가 찾아왔다.
호홍호홍.

그리고 벽쪽에는 유명 인사들이 다녀간 싸인 흔적들이 잔뜩 붙어 있다.
'오 나도 싸인을 남겨 주고 싶은 걸!'이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내가 누군지 모른다.
물론 모국에서도 마찬가지다.(왜 당연한 걸…)

헌혈이 끝나고 어지러움 증 등 위험에 대비한 글들을 성의없게 보다 보니 '전철에서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노란 선 한참 밖에 서서 대기 할 것'이라는(뭐 이거랑 비슷한 말이) 문구가 보여서 '역시 전철의 나라군'싶었다.

사실 1월 헌혈 때를 되돌아 보면 헌혈 끝나고 스케이트장 가서 스케이트 타고,
찜질방 가서 열라 땀빼고-_-;
이러고 놀았던 나를 생각하면 성의 없게 읽고도 남을 만한 놈이었다 난.
그런데 이번에 400을 뽑아서 그런가~
쪼오끔 어지럼증이 있어서 속도 매슥거리기도 하고…
좀 불안해서 일찍 일어났다.(일찍 일어난 게 혼자 헌혈의 집에서 두 시간을 놀다 나오냐)

신주쿠 온 김에 쇼핑도 하고싶었는데…
피곤하기도 하고,(당연하지 편의점 같이 일하는 한량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3시간 밖에 못 자고 헌혈 했는데…)
속도 매슥껍기도 하고…(이틀 동안 쌀을 안 먹었으니 당연하지.)
나중에 편의점 알바도 가야 하고 해서 참았다.

※ 일본에서 외국인 헌혈.
- 일본 체류 4주 이상 넘은 자.
- 일본어가 가능하거나, 통역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 신분증 필참.
- 나머진 한국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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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el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