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useum.min-on.or.jp/
시나노마치 민온 음악박물관.
알바 할 때 항상 라디오를 틀어 놓는다.
아침 방송 중에 산책로 이야기를 하는 방송이 있는데 거기서 소개 된 곳이었다.
손님을 받을 땐 거의 '틀어져 있다'라는 기분이지 거의 듣지 않는다.
가끔 뉴스에서 지진이 났다는둥 누가 누굴 살해 했다는 둥 누가 체포됐다는 둥 하는 자극적인 말이 들리면 '뭐랏!'하고 일동 집중할 뿐 그다지 다들 듣는 분위기는 아니다.
(어제는 고무로 테츠야 사건과 미 대선으로 일동 차렷)
하지만 저 방송은 항상 손님 받기 전 오픈 준비할 때 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듣게 된다.
사실 일본 산책로 방송이야 하던가 말던가 라는 식으로 첨엔 아무 생각없이 듣다가 문뜩 '챔발로'라는 단어에 번뜩 했다.
챔발로…(=하프시코드)
피아노의 전 단계의 악기라 할 수 있겠다.
하프와 피아노의 중간 단계에서 만들어 졌던 악기다.
생긴건 피아노고 원리는 하프라고 보면 되겠다.
건반을 누를 때, 피아노의 경우는 현을 때려서 내는 울림이고,
챔발로의 경우는 현을 당겨서 내는 소리의 차이랄까…
어렸을 땐 챔발로 소리가 왠지 무서워서(종교음악 같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 수록 좋아졌었다.
왠지 색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 좋다.
어려서 된장국 안 먹던 애가 된장국 없으면 밥 못 먹는 것과 같을지도…
맛의 깊이와 소리의 깊이를 알게 된 거라던가,
아니면 그냥 취향이 바뀐 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내가 챔발로를 알게 된 건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던 중학교 때였는데,
소리는 별로 안 좋아했으면서 생긴건 정말 좋아했었다.
16세기 정도에 만들어진 악기라 그런지 피아노에 비해 엄청 화려하다.(번쩍번쩍)
크기는 거의 현재의 그랜드 피아노의 반 정도 크기에 건반도 그리 많지 않다.
전체적으로 그림이나 조각으로 이루어진 악기가 그냥 작품같아 보일 정도였다.
화려한 것 좋아하던 나이에 끌릴 만도 하다.
ㅎㅅㅎ
하지만 항상 책에서 첨부 사진으로만 보던 거라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그리하여 가게 된 시나노마치 민온 음악박물관!
무려!
공짜! 무료!
JR소부선에서 내려 여기가 어딘가 하고 둘러보니 저 멀리 신주쿠 NTT 시계탑이 보인다.
신주쿠라서 기분 나쁜게 아니라 난 어딜가나 신주쿠라는 기분에 나온 소리였다.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 거리다가 GPS를 켰다.
조금만 올라가면 민온음악박물관.
조금 걸었더니 진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길치 아닌 사람은 GPS켤 필요도 없이 찾을 거다.
큰 길에 그냥 떡 하니 있다.
자동문이 드르륵 열리고 입장을 하자 들어가는 순간부터 직원들이 안내를 해준다.
지금 2층에서 피아노 탄생 300년 전이 하고 있으니 가보라고 하더라.
직원이 안내해준 방에 들어가자 챔발로 2대, 피아노6대, 거대 그랜드 피아노 한대가 있는 방에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감상을 하고 있었다.
방에 있는 직원이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면서 피아노 소리를 들려준다.
피사 챔발로(Pisa Harpsichord-이탈리아), 볼로냐 챔발로(Bologna Harpsichord-이탈리아)
슈토롬(Fortepiano Rimoreo Strohm),
안톤 왤터(Fortepiano Anton Walter), 요한 프릿츠(Fortepiano Johann Friz), 콘라드 그래프(Fortepiano Conrad Graf), 칼 슈타인(Fortepiano Carl Stein), 슈바이크호퍼(Fortepiano Schweighofer)
화이트 그랜드 피아노
마지막 화이트그랜드는 원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_-
베르사이유 풍의 엄청 화려한 피아노였다.
화이트랄까 크림색? 약간 아이보리 색에 조각이 된 부분은 다 금박을 입혀 놨다.
페달은 요새도 그렇지만 전통인가 보다 하프 모양…
소리도 굉장히 예뻐서 저런거 하나 거실에 갖다 두면 거실 뭉개지겠지 싶더라.
ㅠㅠ좁은 우리 집. 아, 거실도 없지…-_-)y~
인상적이었던 아이는 슈토롬.
생긴건 챔발로인데 피아노라 하더라. 세계에 하나 뿐인…후덜덜 그게 일본에 있어!
가까이에서 봤을 때 더 놀라웠던 건 피아노 전면에 그려진 그림이 '동양식'그림이었다는 거=ㅂ=
중국 벽화 설화도? 신선도? 같은 기분의 그림들이 잔뜩 있었다.
안톤 왤터는 겉보기에도 특이한 아이였다.
건반의 검은색과 하얀색이 반대로 된 아이…
콘라드 그래프의 경우엔 특이하게 페달이 5개나 있다.
연주할 때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를 낸다.
북소리와 벨 소리가 난달까? ㅎㅅㅎ
아~ 신기해!
칼슈타인과 슈바이크호퍼는 같은 연대에 같은 오스트리아에서 제작된 아이로,
음색이 상냥한 느낌과 깊은 느낌의 차이를 보였다.
난 개인적으로 슈바이크호퍼가 더 좋았는데 칼슈타인의 경우는 쇼팽이나 모짜르트, 슈바이크호퍼는 베토벤이랑 또 누구가 주로 쳤었다고 하더라.
밖으로 나가서 오르골을 보러 갔다.
시골에 있는 벽장시계 보다 큰 오르골 들이 있었는데 디스크 크기만 내 한 아름을 넘길 정도로 큰 아이도 있었다.
내 선입견 속에 오르골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녀석이었는데 저건 손 위에 올렸다간 병원신세 질 싸이즈다.
이런 건 진짜 울 언니랑 정팔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둘이 보면 신나서 내게 커피를 쏠 텐데…(결국 목적은 먹을 거냐)
다음으로 신기했던 건 자동연주 피아노!+_+
생긴건 보통 피아노와 다를 게 없는데 구멍 뚫린 종이의 악보가 있어서 고것이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공기가 통과하는 힘으로 연주된다고 하더라.
초기의 자동연주 피아노에는 엄청 큰 장치가 달려 있어서 딱 봐도 자동연주 피아노였으나,
다음 단계는 오르간 같은 페달이 있어 그 페달을 미친듯이 밟으면 피아노가 자동으로 연주를 한다.
다음 단계는 그럴 필요조차 없이 그냥 스위치만 누르면 자동으로 연주를 하는데 페달 까지 아주 리얼하게 움직이는 것이 작업 걸 때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원한데 직접 연주도 가능하냐고 물어 보니 그건 안 된다 하더라.
그래서 단종 됐나 보다.
여하튼.
여기 저기 둘러 보고 혼자 신나서 눌루랄라 놀다가 전시관을 나왔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은지라 배가고팠다.
ㅠㅠ나 왤케 그지 같니?
쌀은 떨어졌고 쌀살 돈은 없고 밥 해먹기도 싫어졌고<-
그리하여 마음에 드는 까페에 들어가서 신나게 다이어리 쓰고 놀자며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첨 와본 동네를 걷는다고 바로 나와줄 까페가 아니지 않는가.
걷고 걷다가 신주쿠에 도착했다.
ㅎㅅㅎ
그러다 들어간 까페가 Deca까페 큰 까페인가<-말장난. 하고 읽어 보니 데카가 아니라 도우사 라고 읽더라.
어느나라 말인지는 모른다.
ㅎㅅㅎ
햄오믈렛 런치셋트를 시켜서 느긋하게 먹고 커피까지 낼롬낼롬 마셔줬다.
별 다섯개 중 별 네개.
내 까페 리스트에 오를 정도는 아니었다.
슬슬 다이어릴 써볼까 싶어서 다이어릴 꺼냈는데…
아뿔사…
난 항상 가방이 바뀌면 중요한 것 무엇을 하나 빼 먹는다.
나 답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다이어릴 집어 넣고 문자를 보내고 놀았다.
까페 분위기는 평범한 일본의 까페 라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신선했으나 이젠 저런 분위긴 식상하다.
하도 많으니…
그래도 좋은 까페를 잘 들어 간 것 같긴 하다.
까페를 나와 내가 가야 할 길을 멍하니 본다.
이제 돌아가기도 그냥 신주쿠로 가기도 뭣한 거리.
이렇게 된 거 차비도 아낄 겸 신주쿠로 걸어가기로 한다.
까페에서 나왔을 때 따뜻했던 날씨가 점점 본연의 날씨로 돌아가고 있었다.
바람도 거새지고.
미니스커트가 엄청 신경 쓰일 정도로 바람이 거샜다.
걷고 걷다 보니 아는 길이 나왔다.
신주쿠에서 살 때 가끔 방황 하러 나와 걷던 길이었다.
몇 달 만에 와보는 길이냐며 룰루랄라 걸었다.
스테이크 가게가 보이길래 젝일 여기 갈 걸 싶었다.
ㅎㅅㅎ
후회를 잠깐 하다가 또 룰루랄라.
중간에 내일 아침에 가볼까 싶은 까페도 발견했다.
아침 11시 출근인데 모닝셋(500yen)이 아침 9시 반 부터 11시 까지 하는 까페가 있더라.
아침 일찍 나와서 모닝셋을 먹고 출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왠만했으면 걍 지나쳤을 텐데 가리비 모양 토스트가 끌렸다.
신주쿠에 거의 다 와서 까페 Chelsea를 발견했다.
무려 간판도 파란색.
사장님의 센스가 느껴진다.
나중에 한번 와야지 하고 뒤돌아 섰다.
일터를 지나 신주쿠역,
미친 주키퍼신에 들려 폰겜을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동네다.
아…
오늘 하루 즐거웠구나.
오랜만에 걷기 놀이 재밌었어>_< 삶의 보람이 느껴지는 구나!
오늘의 교훈: 찾아 보면 무료는 많다.
신주쿠 동네 한바퀴가 재미 없다는 건 편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