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동네에 가 본 걸까?
무언가 있어서?
여행 책자에 뭐라도 나와 있길래?
아무것도 아닌…
그냥 휴일에 할 일이 없어서 가 봤다.
즐거움도 새로움도 두근거림도 없던 키치죠지.
내 마음이 감성적인 것을 느끼기엔 너무나 매말라 있었고,
4박 5일 도쿄여행 온 여행자 마냥 걸어 다녔다.
어쩌면 키치죠지는 내가 본 것 이상의 엄청난 즐거움이 숨어 있는 곳일런지도 모른다.
나는 출발 직전까지 우울했고,
출발 역시 '기대'가 아닌 휴일의 의무였던 것이다.
여기 저기 쇼핑을 하면서 언니주면 좋을 것 같은 아이랑 엄마 주고 싶은 아이를 하나 씩 구입했다.
사실 엄마 주고 싶은 건 하나 더 있었는데 아빠랑 셋트로 마추려고 남자들이 쓸만 한 걸 찾다 보니 결국 못 샀다.
왜 이렇게 여자들 것만 잔뜩한 건지 모르겠다.
흥!
옷이랑 가방이 하나 사고 싶어서 여기 저기 둘러봤지만,
옷은 어찌저찌 2번째로 마음에 들던 걸 샀는데,
가방은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하지 못 했다.
쇼핑길 든든하라고 꽃양이 추천해준 The Roll에서 크레이프를 하나 사먹었다.
크레이프로 요기한 배를 둥둥 치며 여기저기 들쩍 거렸다.
앉아서 책이나 읽자고 들어간 까페가 의자가 너무 불편해 밥만 먹고 나오기도 하고.
하지만 도라이카레가 워낙 맛이 좋아 용서하기로 하고…
또 여기 저기 돌아 다니다가 길게 줄을 늘어서 사는 도넛츠 집을 발견했다.
하라 도너츠…
그냥 골목 길 같은 곳에 이런 도너츠 가게가 있는게 신기했다.
마치 우리동네 크리스피 크림 도넛 앞 같다.
(크리스피 치고 줄이 짧은 우리 동네)
한번 먹어 볼까 했지만 줄서 있기 싫어서 관둔다.
키쿠야에서 만난 바이올린 켜는 닥스훈트와 플룻 부는 닥스훈트…
너무 귀여워서 언니랑 하나씩 가지게 살까 고민했지만 그만 뒀다.
예쁜 잡화점도 많고,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레스토랑도 많고,
맛있는 커피 향기가 풍기는 커피숍도 많은 키치죠지를 이리 저리 들쑤시고 왔다.
이런 나의 모습이…
예전 같으면 기대에 차 있어야 하는데…
왜 더 많은 것을 보려고 하나를 다 보기도 전에 발길을 옮기고 옮겼는지 모르겠다.
나 자신 역시 조급해하고 있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요새 우울증이 또 오고 있는 듯 한데…
돌아 가는 것에 대한 강박감.
머물고 싶은 마음.
시간이 얼마 없다는 조급함.
이 세 가지가 무엇을 해도해도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어 버린다.
답답함.
그리고 쓸쓸함.
사무치는 외로움.
이 싫은 감정들이, 타지에 와서 힘들 때가 아니라,
돌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점에서 온다는 것 자체에 헛웃음이 나오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