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쩔어 다다미에 살이 녹아 스며들 지경이던 그녀는 피난을 결정했다.
피난…
여름 피난이라 하면 역시 은행?
이랄까…
우리집 주변엔 은행이 없다.
우체국이 몇개 있긴 하지만 정말 작아서 눈치 보인다-_ㅜ
(일본은행은 경비원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어딜 가던 눈치 보여…)
여하튼 그런 고로 집 근처 스타벅스에 다녀왔다.
발견한지는 꽤 됐지만 한국에 있을 때 부터 스타벅스를 안 좋아해서 그다지 자주 가는 곳은 아니었다.
그저 더울 때 피난차 가곤 한다.
저녁 8시…
영업은 새벽 2시 까지. Good~!
아이스 계통을 시킬까 하다가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문득 보니 '오늘의 커피'가 보인다.
오늘의 커피는 아프리카 키타무!
처음 보는 놈이다! 도전!
가장 작은 사이즈로 290엔.
커피 한잔 시켜 놓고♬,
새벽 2시면 선선해 질 테니 그 때 까지 줄창 그림이나 그리고 놀자는 요량이었다.
쇼파 명당 자리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다 공부를 하다가 놀고 먹고 신났다 아주.
여긴 한가할 때 시음회를 자주 갖나 보다.
올 때 마다 시음 서비스가 있다.
게다가 오늘은 애플수프레 시식 까지 있었다.
만세!
맛난 커피에 공짜 시식까지 해서 신났다.
(가여운 유학생은 공짜를 살람해요)
그렇게 한참을 놀았을까?
10시경…
시끄러워져서 주위를 보니 손님으로 인산인해다.
물론 어딜가나 스타벅스는 사람이 많을 이미지지만 우리동네는 정말 조용한 주택가다.
그런 주택가에 뜬금없이 우뚝 서있는 스타벅스다 보니 도쿄(강건너 위치해 있으므로 도쿄다.) 답지 않게 '조용한 스타벅스'인 것이다.
정말 한산한 곳이었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건 처음 봤었다.
아무래도 새벽 2시 까지 영업한다는 매리트가 땡기나보다.
가족단위나 츄리닝 차림에 휴대전화기만 달랑 들고 오는 피난민들이 많다.
어차피 밤도 늦었고 골목길 걸어가려면 새벽엔 무서우니까 일찍 나가자고 결심.
11시에 일어나 쫄래쫄래 나오는데 손님들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다.
명당자리가 빈 것이다.
다들 마음의 소리에 조석 씨의 반짝이는 눈 버전의 표정으로 그 자릴 주시한다.
왠지 그들의 구세주가 된 기분에 으쓱거리며 스타벅스를 나왔다.
나오면 후끈 할 줄 알았는데 꽤 선선하다.
하긴 11시니까 선선해질 만도 하구나 싶었다.
기분 좋아서 룰루랄라 걸어오는데 확실히 그 골목길 꽤 무섭긴 하다.
학교가 있으니까 더 껌껌하고…
길목에 공중목욕탕은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의 등대 같이 밝은 빛으로 지나가는 처자의 긴장된 마음을 녹여준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랑 일본에서랑 내가 느끼는 '스타벅스'의 이미지가 상당히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한국에선 더위 피해 스타벅스 간다 그러면 된장녀 될 것 같은 기분인데,
일본에선 '돈 없는 유학생이 어디 비싼 까페를 댕겨 스타벅스나 가!'라는 이미지다.
오기 전에도 일본인들이 '일본에선 시끄럽고 애들 많은 곳'이라는 이미지라서 한국만큼 좋은 이미지는 아니라고 듣고 왔는데.
나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나 보다.
하긴…
일본 와서 쓴 돈이 거의 까페 탐방에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싼 곳을 많이 다녀서,
요샌 스타벅스 같은 프렌차이즈 커피숍 가면 값싼 가격에 감격하곤 한다.
(게다가 한국 별다방 보다 싸다.)
여하튼 '있어 보이는'분위기는 아니라는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