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를 환빠라고 지칭하긴 힘들다.
환빠라기 보단 그냥 16년차 이승환 팬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
그냥 모르는 사람은 환빠라고 하기도 할 것 같지만.
ㅎㅅㅎ
난 환님이 참 좋다.
만드는 음악 스타일이 내 스타일도 아니고,
목소리가 내 스타일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16년을 좋아한 가수다.
꾸준히 좋아하지도 않았고,
때 맞춰 앨범을 사지도 않았지만, 그냥 좋아한 가수다.
잊고 있다가 TV에 모르는 노래 부르고 나오면 앨범 나왔나 보다 하고 우연히 CD가게가 보이면 들어가서 사거나 아니면 그냥 잊어 버리거나…
(8집 잊어 버리고 안 샀지. 있는 줄 알았는데 집에 없더라?<-)
그냥 가끔 잊을 만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하나 씩 있다.
난 대부분 이 사람의 발라드를 좋아하는데 이유가 발라드를 만들 때 참 웅장하게 만들어 줘서 좋다.
특별히 발라드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웅장하고 클래식 악기 많이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엠피삼으로 만들어도 음질이 참 곱디 곱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탓에 음질 즈질인 플레이어로 밖에 재생을 못 하고 산지 6년이 되어 가는데도 귀가 편해지는 음악을 만들어 줘서 좋달까….
근데 이 사람의 매력은 역시 공연인 것 같다.
CD로 듣는 건 발라드를 좋아하지만,
공연 땐 쳐달리는 음악이 좋다.(발라드는 그저 쳐 울지)
공연을 위해 이 사람의 쳐달리는 음악을 듣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슈퍼히어로 공연은 그렇게 쳐달려 줬는데도 하나도 못 갔는데,
MTV에서 방영해준 걸 버스로 달려줘서 뒷 편만 볼 수 있었다.
16년…
나 같은 놈 한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가수한테는 정말 길었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쳐달리는 것도,
마흔이 넘은 나이에 공연을 꾸준히 해주는 것도.
지금은 언제든지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다고 느껴지지만,
다른 가수들 처럼 그 수가 몇 년에 한 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TV에 한번 납실 때 마다 공연을 해 줄 때 마다 다 챙겨보지 못 하고 다 챙겨 가진 못 해도 그냥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CD라는 매체로 더 이상 이 사람의 정규 앨범을 소장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을 때 딱 감이 왔다.
그냥 현실 적으로 불법 매체가 어쩌구 라기 보다는,
언젠가는 이런 밍숭맹숭한 팬질도 내 열정이 환빠 수준을 넘어 스토커가 되어도 불가능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환님 뿐만 아니라 내 곁에 있는 모든 내 소중한 것들이 애절하게 느껴졌다.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듯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을 즐기자고.
절망도, 기쁨도…
그 모든 것이 사라짐을 즐기자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 줬다.
내가 16년이나 좋아한 그 사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