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072010  이전 다음

  •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려 42층에 위치한 삼포 재팬 토고 세이지 미술관.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한 달이 미뤄진 미술관에 다녀왔다.
사실 기획전엔 관심 없었고,
단지 세잔의 '사과'!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 두 작품 만으로도 내가 그 곳에 찾아 갈 이유는 충분했다.
(너 지금 고갱 무시하니?)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을 안 후에 우연히 내가 출퇴근 하는 길가에 있다는 걸 알았다.
알게 된 것도 기획전 홍보 포스터 덕분에 '아, 여기가 그 해바라기랑 사과 있는 미술관이군'하고 알게 됐다.
기획전 포스터는 그닥 끌리진 않았다.
사과와 병이 있는 정물화였는데 약간 마티스 그림 느낌이 나면서 세잔의 정물 느낌도 살짝 나는 사과였다.
그리고 위에 적힌 이름은 '블라밍크 전'
블라밍크….
나의 짧은 미술 지식으론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누군지도 모르겠고, 대충 그림으로 봐선 인상파랑 후기 인상파 정도 되겠다 싶었다.
특히나 난 왜 그 전시회에서 그 그림을 포스터로 썼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확 끌리는 매력이 없는 그림이었달까?
기획전을 굳이 노리지 않고 그저 해바라기와 사과만 생각하고 출동했다.

기획전은 6월 29일 까지 이기 때문에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해서 그냥 지나칠 때 마다 '다음에 가지 뭐'이러고 넘겨 온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다녀왔다.
마음의 준비도 기대도 없이.
그냥 뇌의 트래픽 과부화로 상상력과 엔돌핀 하드 용량 정리를 위해 찾아간 미술관 이었다.
기획전이 있다면 분명 값이 뛸 텐데 얼마 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신주쿠에 가서 무작정 걸어 들어갔다.
신주쿠 니시구치 역에 내릴 때 까지도 내가 진짜로 미술관에 갈지 말지도 몰랐다.
그냥 발걸음 걸어 지는데로 걸어 들어가자,
나 보다 조금 먼저 들어간 한 아주머니가 서성 거리면서 날 보더니 다가왔다.
'내가 뭐가 뭔지 모르게 두리번 거리니까 알려주시려고 그러나?'싶었다.
"미술관 오신 거죠? 혼자 오셨나요?"라길래
"네."이랬더니…
"표 있으세요?"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하시길래…
"아, 여기서 판매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순간 굳었다. 설마 예약제로 하는 전시횐가!<-
그랬더니 아줌마 왈.
"제가 무료 입장 두 명권인데 혼자 와서요. 아까우니까 들어 갈 때 까지만 같이 가요."
헉!!!!!!!!!!!!!!!!!!!!!!!!!!!!!!!!!!!!!!!!!!!!!!!!!
아주머니 고마워요!
사실 그 때 너무 아주머니께 미안 한게 고맙단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음료수라도 쐈어야 하는데 그냥 가버려서 무지무지 미안하고 고맙다.
누군지 알 순 없지만 정말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복 받으실 거예요!
제가 행복하시라고 기도할게요! 언제나 어디서든!
진짜 행복하셔야 해요! 참 못 된 아이죠! 고맙단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괘씸하게 생각하셔도 좋으니 부디 행복하세요!!!

여하튼.
그리하여 난 공짜로 블라망트 전을 보게 됐다.
아쉽게 초대권을 제시하고 들어가는 시스템이어서 티켓이 남아 있진 않지만 팜플렛 줏어 왔으니 괜찮아!
(나와서 팜플렛 보고 알았다. 이 전시회 1000엔 짜리다. 아놔 고마워요 아주머니!)

사실 처음 들어 갈 때 부터 기대도 안 했었고,
들어가 보면서도 그닥 감흥도 없었다.
그 때의 기분을 설명 하자면.
'이건 블로그에 뭐라고 써야 하나…. 뭐야 이 잡탕은'
이란 기분.
미술사조도 확고하질 않고 큐비즘이랑 포비즘이 이리 저리 섞여 있다는 기분이었다.
어떨 땐 세잔 느낌 어떨 땐 마티스 느낌 어떨 땐 샤갈 느낌도 났다.-ㅂ-;

이력을 읽어 보니,
17살 늦은 나이에 붓을 잡았다더라.
특히나 아버지는 바이올린 선생님,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인 음악가정에서 태어나,
악단의 바이올린리스트도 했고, 경륜 선수이기도 했었다.

아니 뭐지 이 뜬금없는 이력은!
이라는 느낌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이 왔다리 갔다리 정신 없는 그림들 이었다.
그림 자체가 정신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림체, 스타일이 그렇단 거다.

블라밍크의 스타일 확립 전 까지의 그림은 대부분 세느강 상류에 위치 한 샤토 마을의 풍경화다.
세느강을 끼고 그린 그림도 많고,
마을 전경을 그린 그림도 많다.
한가로운 마을 그림들이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스타일 확립기 전 까지의 그림을 다 보고 나면 세느강 상류의 샤토 마을의 1900년대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정말 외울 정도로 많은 그림을 그리면서 스타일은 제각각 인 것이 내가 미술 전시회를 볼 때 느끼는 재미를 느낄 수 없게 해 줬다.

그리고 제3컬렉션 스타일 확립기.
여기서 부터가 진짜 블라밍크의 그림이 나오기 시작한다.
여러가지 사조가 섞인 듯한 그림에서 벗어나 빛의 화가로서 포비즘이 강력하게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이게 진짜 빛의 화가가 그린 그림이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붓은 더욱 자유로워 보이고,
정말 단순한 구도의 그림에서 시선을 사로 잡았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쓸쓸함.
그리고 이 사람의 인생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샤토 마을의 평화로움 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던 것 같다.

블라밍크의 풍경화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줬다.
왜… 포스터는 이 시기의 그림을 쓰지 않은 건지 이해 할 수 없다규!
뭐 분명 미술도 잘 모르고 블라밍크가 누군지도 몰랐던 나 보다 더 깊은 생각이 있었겠지만은.
여하튼.
난 이 사람의 스타일 확립기 이후의 그림 앞에서 정말 발이 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
1958년의 그림들…
그림들은 굉장히 힘겨워 지고 붓놀림은 쉽게 휘어져 갔지만,
마지막 순간 까지 이 사람은 그림을 그렸구나 라는 느낌을 강하게 어필 시켜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질러 온 굿즈들…


나 원래 미술관 가서 굿즈 잘 안 사는데,
여기선 그림엽서 5장을 질러 나왔다.
2장은 블라밍크 그림, 세잔의 사과랑 고흐의 해바라기, 그리고 토고 세이지의 그림.
정말 오늘 내가 여기 간 건 행운 중의 행운이고,
앞으로 얼마나 운수가 없으려고 이렇게 멋진 날을 만들어 주신 겁니까?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신께 감사한다.(따로 믿는 신은 없지만)

내가 모르던 빛의 화가 모리스 드 블라밍크.
나는 오늘 신주쿠 라는 도시에서 엄청난 화가 한 명을 알게 되었다.

Thank you Shinjuku!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시회 보고 나와서 먹은 케이크 세트


이렇게 럭셔리 한 커피숍도 오랜만에 와 본다.
그릇들 너무나도 아름답지 아니한가!
그냥 들고 오고 싶을 정도로 예뻤지만,
사실 나 치즈 케이크 먹고 싶어서 들어 간 건데,
치즈 케이크가 없어서 걍 밀크레이프를 먹었다.
그닥 맛 없더라.ㅎㅅㅎ
커피는 맛 있었으니 참으마.

일본 치고는 비싼 커피숍이었지만,
한국 스타벅스 따위 보단 쌌다.
가끔은 나를 위한 사치도 좋잖아?(너 얼마 전에 스위트 파라다이스 다녀오지 않았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를 위한 사치였달까?
커피숍에 앉아서 평온한 마음으로 오늘 본 미술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었다.
제일 좋아하는 커피랑 케이크를 먹으면서 ….
왠지 스타벅스나 도토리 같은 시끄러운 데는 가기 싫고 진짜 그냥 편안한 기분으로 쓰고 싶어서 저지른 짓이었다.

같이 들어가 주신 아주머니 께의 고마움.
신주쿠에서 때 마침 이런 좋은 전시회를 보게 해 준 우연이란 것에의 고마움.
아직 나의 감성이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준 것에의 고마움.
그런 고마움의 표시였다.
이 행복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Chelsea!!